내가 BMW X6를 팔고 쉐보레 콜로라도를 선택한 이유: 파주 전원생활의 현실

“왜 그 좋은 BMW X6를 팔고 트럭을 샀어요?”

어느 순간, 내 ‘드림카’가 화로대 하나도 제대로 못 싣는 차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경기도 파주로 이사 온 후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도시 친구들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보이겠죠. 왜 럭셔리한 독일 SUV를 포기하고 투박한 미국산 중형 트럭을 샀을까요? 몇 년간 마당에서 흙 묻히며 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X6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좋았지만, 콜로라도는 내 삶을 실제로 지탱해 줍니다.


파주 전원주택 마당에서 쉐보레 콜로라도와 함께 선 세종의 실루엣

파주 전원주택의 석양. 이곳에선 편리함보다 땀 흘리는 노동이 우선이며, 내 트럭은 그 삶을 묵묵히 함께하는 유일한 파트너다.


럭셔리한 로망이 현실을 만난 순간

나는 서울에서 나고 부천에서 자란 전형적인 도시인이었습니다. 39년 동안 모든 게 편리한 삶이 당연했죠. 처음 BMW X6 를 샀을 때는 인생의 목적지에 도달한 기분이었습니다. 매끈한 디자인, 넘치는 출력, 환상적인 연비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였습니다.


 떠나기 전 작별 인사를 나누는 BMW X6 30d 모델

X6와의 마지막 날. 멋진 차였지만, 파주의 시골 생활은 겉멋보다는 실용성을 보상해 준다.


하지만 파주 단독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서울에선 마트 장바구니만 실으면 충분했지만, 파주에선 ‘인생’ 그 자체를 실어 날라야 했습니다. 커다란 야외 화로대를 사거나 새 사다리를 옮기는 일조차 용달차를 부르지 않으면 불가능한 전쟁이 되더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X6는 겉보기에 훌륭했지만, 내 삶을 실제로 떠받치지는 못했습니다.

진짜 도구를 찾아서: 왜 쉐보레 콜로라도인가?

2019년 말, 쉐보레 콜로라도가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동안 보던 국산 트럭들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망설임 없이 계약했고, 2020년 2월 차를 받았습니다. 그날 이후 내 삶의 반경은 완전히 넓어졌습니다.


쉐보레 콜로라도 적재함에 실린 대형 펠릿 난로와 야외 화로대

이것이 적재의 현실. 거대한 Raptor P60 펠릿 난로와 대형 화로를 콜로라도 적재함으로 한 번에 옮겼다.


트럭 적재함이 주는 진짜 자유

차를 받자마자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제 남의 손 빌리지 않고 내 삶을 직접 꾸릴 수 있겠구나.” 주말마다 적재함을 꽉 채워 집으로 들어올 때의 그 맛은 X6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픽업트럭 적재함 가득 실린 정원 조경용 산딸기 나무 묘목

정원 가꾸기. 심을 준비를 마친 산딸기 나무 묘목들이 가득 실려 있다.


파주 전원주택 정원 공사를 위해 운반 중인 블루애로우 나무들

조경은 끝이 없다. 갈변하는 나무들을 보살피고 옮겨 심는 모든 과정에 트럭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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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피자 화덕 제작을 위해 콜로라도로 운반한 500파운드 내화벽돌

수제 피자 화덕 제작을 위한 내화벽돌들. 500파운드(약 230kg)의 무게? 트럭에겐 아무것도 아니다. 이게 내가 트럭을 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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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생활을 위해 픽업트럭에서 하차 중인 대형 탁구대 세트

취미 생활조차 스케일이 달라진다. 대형 탁구대를 콜로라도에서 바로 내린 모습.


느리지만 더 ‘실감 나는’ 진짜 삶

파주 생활은 내 차만 바꾼 게 아닙니다. 피자 한 판 사러 가는 데만 왕복 60분이 걸리는 이곳에서, 우리는 배달 대신 요리를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결혼 20년 만에 아내의 음식이 얼마나 훌륭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죠. 우리는 더 자주 함께 먹고, 함께 마당에서 땀 흘리며, 도시보다 느리지만 훨씬 더 실감 나는 진짜 삶을 살고 있습니다.


 BMW X6, 쉐보레 콜로라도

바쁜 한 주를 보낸 뒤 적재함을 가득 채운 분리수거함과 쓰레기들. 화려하진 않지만, 내가 일궈낸 정직한 삶의 흔적이다.


모든 프로젝트를 끝내고 짐을 실어 나를 때마다 무엇이 진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우리 집의 든든한 대장이었던 도로시를 떠나보냈을 때처럼 힘든 순간에도, 이 집과 이 생활은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습니다.

파주 파라다이스의 심장: 영원한 대장, 우리 도로시 이야기

마지막 생각: 로망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한 결과

멋진 차는 좋습니다. 하지만 내 삶을 담아낼 수 있는 트럭은 더 좋습니다.

X6는 누구나 꿈꾸는 차였고, 콜로라도는 내가 선택한 현실이었습니다. 파주로 이사한 뒤 차를 바꿔 트럭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구경만 하는 관찰자가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내 세상을 만드는 빌더(Builder) 가 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이곳 파주에서는 결국 현실이 이깁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그리고 현실의 맛을 본 사람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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